2010. 5. 17.

그만의 영화, 그만의 고독 Johnny Depp


스타 군단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조니 뎁이지만 그는 이런 배우들과는 좀 다르다. 그는 블록버스터 감독 대신 테리 길리엄과 로만 폴란스키를 선택하고 흥행 여부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맨 앞자리에 서 있다.

| 자크-앙드레 봉디 Jacques-Andre Bondy
사진 | 미셸 아디 Michel Haddi



프리미어를 위해서 이번 조니 뎁의 인터뷰를 따내는 일은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것은 무관심주의자 혹은 변덕스럽고 번민으로 가득한 사람으로 잘못 알려진 이 스타의 '성격' 때문이 아니라 쉴 새 없이 일하느라고 몇 년 동안이나 휴가를 갖지 못했던 조니 뎁이 드디어 칸느 영화제에 참석하기 직전, 휴가를 갔다가 파리에서 폴란스키와 만나 함께 영화를 찍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월요일 정오 이제 됐다! 터보 엔진을 갖춘 봉쇄 작전의 매서운 칼 끝에 휘둘리면서 협상하고 기대하고 스켸쥴 짜고 모든 것을 다 취소했다가 다시 스켸쥴을 짜면서 몇 날 몇 밤을 보낸 끝에 드디어 '그 분께서' 우리에게 두시간을 내주시겠다고 한다. 내일, 2시다.

화요일, 오후 1:30 산타 모니카 불르바드&라 브레아에 있는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전화가 울린다. "미안하네, 친구. 약속 시간을 바꿔야겠어. 조니 뎁은 5시나 되어야 올 것 같아." 게임이 다시 시작되었군. 사진 작가인 미셸 아디는 "하게 될꺼야, 꼭 할 수 있을 거야" 라면서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우리는 야외 촬영을 계획했었고 미셸이 조니를 위해 스튜디오 지붕 위에서의 깜짝쇼를 준비했단 말이다. 5시면 빛이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인터뷰를 먼저 하고 나중에 사진 촬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되도록 빨리 사진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텐데! 인터뷰를 할 수 있을만큼 시간이 남을까? 미셸이 초음속으로 진행하겠다고 약속은 했다. 우리는 계속 기다린다. 길고 지루하다. 스타일리스트가 가져온 엄청난 양의 의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분장실은 만물상 같았다. 분장실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쇼룸으로 10여 벌쯤 되는 그의 자켓, 바지, 셔츠 등이 차곡차곡 바퀴 달린 행거에 정리 되어 있었다.

화요일, 오후 4:50 조니의 홍보 담당자 중 하나가 우리에게 와서 '그 분'이 자동차로 오는 중이며 곧 도착할 것이라면서 우리를 안심시킨다. 헐리우드의 홍보 담당자들은 대부분 여성인데 클라이언트가 거물일수록 그들의 장비(휴대폰, 알마니 정장)는 판에 박은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를 담당한 홍보담당자는 남자였고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인데다가 젋고(이런 경우도 있다) 침착했다. 한술 더 떠서 끽연자들이 마약중독자 취급을 받는 이 도시에서 감히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담배까지 피우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좋은 징조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는 혼자였다. 조니 뎁 같은 기질의 스타들의 앞과 뒤 그리고 주위에는 여러 종류의 어시스턴트들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며 그들이 벌이는 서커스 때문에 경우에 따라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것이 보통이다. 가장 꼴불견인 것은 그들이 이어폰과 워키 토키를 갖추고 스타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면서 자기들끼리 연락을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조니는 그런 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앞으로 두고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20분 후에 얼굴을 뒤덮을 정도로 챙이 넓고 커다란 모자를 쓴 한 남자가 혼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들어오더니 조용한 걸음걸이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였다! 보디가드 때거지들도 없고 이어폰도 없었다. 스타들의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이 남자는 보통 이상의 '분위기(후광)'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의 얼굴의 섬세함이다. 그는 25세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실제로 그는 10년은 더 늙었다). 그의 얼굴에서 나이들어 보이는 곳은 오직 시선뿐이었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주 조용조용하다. 너무나 조용해서 고요할 정도였다. 그는 말을 아낀다.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다. 어쩌면 말하기를 귀찮아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어조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심사숙고해서 말을 고르는 것 뿐이다. 'bullshot' 같은 욕도 안 한다. 아주 인간적이다. 때문에 그를 혼자 조용히 내버려두고 싶어질 정도이다.

베이지 색 진바지 주머니에 삐쭉 나와 있는 자전거 체인과 팔에 묻은 기름 때문에 그가 오토바이를 수리하다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그에게 입어보라고 내민 옷들을 한번 쳐다보았다. 그리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그의 팔에 묻은 기름을 보고 그것을 닦아내자 그는 귀찮은 듯 "그냥 내버려둬요" 라고 말했다. 그녀가 그에게 커다란 가죽 자켓을 두 벌 내밀었는데 하나는 베이지 색, 또 하나는 검은 색이었다.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마지못해 그 중 하나를 입더니 난처하다는 듯이 "아냐, 이건 너무... 매튜 매커너헤이 같아"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우린 모두 웃었다. 결국 그는 검은 티셔츠를 골라입었다. 그는 항상 검은색 티셔츠만 골라입는다. 우리는 옥외 주차장을 겸하고 있는 스튜디오 옥상으로 갔다. 사진 촬영을 위해 하얀색 덮개 없는 메르세데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그 깜짝쇼였다. 조니가 사진 찍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주 프로답게 미셸의 지시에 따랐다. 그가 가장 싫어했던 것은 선글래스를 벗는 일이었다. 그는 안경을 벗고 따가운 햇살을 느끼고는 1,2초 눈을 떴다가 10초쯤 눈을 감고 있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서 제때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했다.

프리미어 / 당신을 출연시키기 위해서 스튜디오들이 압력을 많이 가합니까?
조니 뎁 / 그런 것은 잘 못 느낍니다. 물론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잘 돼서 사람들이 그걸 보고 좋아하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그건 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할 일은 내가 믿음을 갖는 일, 뭔가 흥미로운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입니다. 대규모 영화들에 대해서는 물론 압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일이 아닙니다. 스토리가 좋고 감독이 좋고 인물이 흥미롭다면 그런 큰 영화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 반대 할게 하나도 없죠.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구요. 그것이 오직 헐리우드라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법이라면 난 하지 않을 겁니다!

요즘 계속 칸느에서 당신을 만나게 되는데 어떻게 된 일인가요? (최근에는 작년 <브레이브>를 감독하고 올해 테리 길리엄의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에 출연한 것으로 계속 칸느를 찾고 있다.)
(역시 놀라는 표정으로) 모르겠어요, 정말 그렇군요! 이상하지요. 그러니까 한번, 두번, 세번, 네번... 예, 내가 한 4~5편의 영화를 위해서 지난 몇년 동안 칸느에 갔었던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칸느를 좋아하나 봅니다.
그래요, 좋아해요.

프랑스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가끔 그래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럼 어느 도시에서 살고 싶은가요?
파리요. 하지만 프로방스도 좋아합니다. 님므나 리비에라 해안과 그 주변도 좋구요. 실제로 8년 전부터 난 고향보다 프랑스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어느 곳보다 프랑스에 많이 가게 됩니다.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좋아요. 음식도 좋고 사람들도 좋고 포도주도 좋습니다.

그런데 왜 로스엔젤레스에서 삽니까?
나는 바다를 좋아합니다. 대양 근처에 사는 것이 좋아요. 난 물가에 가까이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탁한 공기 속에서 부대껴야 하는 환경에서 사는 것은 싫습니다. 어떨 때는 파리가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맑은 공기가 남아있지요. 예를 들어 뉴욕에서는 어딜 가든지 당신 위에 누군가가 살고 있어요.

타이티 같은 섬은 어떤가요?
무조건 갑니다! 그래요,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섬을 하나 사려고 여기 저기 알아봤었어요. 잘 생각해보면 바로 그런 곳에서 내 인생을 마치고 싶어요. 말론 브랜도가 사는 방법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작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 전에도 테리 길리엄 감독을 알고 있었나요?
약간요.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도 좀 나눠봤지만 친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리엄이 당신에게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나요?
아뇨. 사실 테리가 참여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미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운이 좋았지요!

테리 길리엄이 아주 특이하게 당신을 촬영했더군요.
예. 와이드 앵글을 쓰기도 하고 아주 가까이서 클로즈업을 잡기도 헀습니다. 스크린 위에 기이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촬영 감독이 니콜라 페코리니였는데 그는 정말이지 훌륭한 일을 해냈습니다. 그를 아주 좋아합니다. ('카메라 인 더 페이스 Camera in the face' 외에도 길리엄과 페코리니는 렌즈에 나뭇잎 모양의 투명 플라스틱을 붙여 마약의 효과를 표현했다. 톰슨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길리엄은 조니 뎁에게 보이스 오프로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했다.)

보이스 오프로는 어떻게 일했습니까?
촬영 전에 미리 녹음을 했지요. 그리고 연기 할 때는 동시 녹음으로 가야했기에 언제 대사를 하고 언제 액션을 해야할지 들을 수 있게끔 이어폰을 끼고 연기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아이디어인가요, 길리엄이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인가요, 아니면 브랜도가 추천 한 방법인가요? (뎁은 대사를 외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브레이브>의 촬영 때는 사람이 옆에서 대사를 읽어주는 대신에 이어폰을 사용했다.)
내 생각이었습니다. 카메라 뒤에서 누군가가 내게 대사를 읽어주는 것보다 나 나름의 리듬을 귀로 듣는 것이 더 낫거든요.

그 방법에 대해서 브랜도와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까?
브랜도도 그런 방법을 씁니다. 정말 쓸모가 있는 방법이지요. 실은 그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자신이 감독한 <브레이브>의 흥행 실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흥행 실패'란 내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그건 내 문제가 아닙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그림은 그림일 뿐이지요. 대성공이란 딱 한가지 의미밖에 없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걸로 떼돈을 벌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 것을 위해서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의 배우들과 나 자신의 마음에 들겠다는 것 외에 아무 목적도 없었습니다.

새로 감독 할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예.

언제 만들 건가요?
아마도 내년이 될 겁니다. 평론가들을 귀찮게 하기 위해서 영화 하나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들을 미쳐버리게 만드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2시간 30분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것이 그를 그를 즐겁게 만든다면 나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내가 이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들인 공과 시간에 대해서 암시하면서 그가 그 말을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나는 이 인터뷰를 옮겨 적고 정리하는데 앞으로도 20시간은 더 들여야 할 겁니다.
(한 술 더 뜨면서)그래요! 그럼 내가 당신에게서 시간을 더 빼앗게 되는 것이니 기분이 더 좋아지는군요.

언론을 싫어합니까?
아뇨, 아뇨! 웃자고 하는 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복수심 같은 것은 없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단순한 '펑론가'들입니다. 그런 일을 한다는게 참 우스운 일 아닌가요? 한 영화가 좋은지 나쁜지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그걸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영화에 대해서 반응을 하든가 그렇지 않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무슨 학교를 나왔든 어떤 지식을 가지고 있든 영화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그냥 영화들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지루하다든가 재미있다든가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좋고 나쁜 것은 감독의 시각에 달린 것입니다. 한 마디로 누구든지 자기 의견을 가질 수는 있는 것입니다. 의견이란 돈 한푼 안드는 것이니까요.

(홍보 담당자가 인터뷰를 끝내기로 되어있던 시간에 꼭 맞춰 다시 나타났다. "다 괜찮아요? 다 잘 되고 있죠?" 보통 헐리우드의 홍보 담당자 입에서 이런 소리가 나오면 그 말은 "시간 다 됐어요. 이제 내가 맡은 스타를 지겨운 인터뷰로부터 구해내서 데리고 가겠어요" 라는 뜻이다. 조니와는 지금까지 이야기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서 "10분만 더 이야기 할 수 없을까요" 라고 물어보았다. 보통 때 같으면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죄송하지만 곤란해요. 정말로 가야되거든요" 이다. 그러면 스타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떠나는 것이다. 뎁의 홍보 담당자가 텝을 쳐다보자 그가 대신 대답을 했다. "좋아, 그냥 둬" 그리고 내게로 몸을 돌리면서 "오케이, 좋아요"라고 했다. 그는 내가 내민 카멜을 거절하고 네 번째 담배를 피워 물었다. 말보로의 열렬한 소비자였다가 하루에 3갑을 피워대는 바람에 말보로 라이트로 바꾸었던 그가 짙은 갈색 종이에 드럼을 말아피운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술에 대해서는 우리의 사진 작가인 미셸 아디가 의사로부터 마시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하자 조니가 "의사가 간에 나쁘다고 했다면 그 말을 듣는 게 좋아요" 라고 한 마디 거들었다.)


폴란스키와의 새 영화 촬영은 얼마나 진행되었습니까?
그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아주 들떠 있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감독이니까요.

전에도 함께 프로젝트를 구상한 적이 있습니까?
아뇨, 작년에 내가 <브레이브>를 소개하러 칸느에 갔을 때 처음 만났어요. 함께 일한다는 것에 물론 흥미를 느꼈지요. 6개월 후, 그가 시나리오를 하나 보내왔고 내가 하겠다고 한 겁니다.

폴란스키의 이전 프로젝트를 존 트라볼타가 포기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상세한 내용을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그 영화를 하지 않은 것은 안된 일이예요. 배우로서 로만 폴란스키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니까요.

당신은 폴란스키의 영화 중에서 어떤 것을 좋아합니까?
글쎄요. 전부 다 너무 좋아요! <물 속의 칼> <악마의 씨 / 로즈메리의 아기> 등등. 아, 그리고 <차이나 타운>도 있지요. 진정으로 완벽한 영화 중 하나지요. <해리슨 포드의 실종자 Frantic>도 좋아합니다.

<시고니 위버의 진실>을 봤나요?
아뇨, 아직 못 봤습니다. 하지만 볼 겁니다. 아시다시피 난 영화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요.

시간이 없어서인가요, 아니면 별로 보고싶은 마음이 없어서인가요?
정확히 말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닙니다. 영화가 당신 직업이라면 영화 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요. 볼링장 청소가 직업인 사람은 주말에 볼링을 치러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도 비슷한 감정이지요. 마치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타이타닉>은 봤나요?
아뇨.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디카프리오를 선택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다고 하더군요.
라세 할스트롬(감독)과 내가 동생 역을 맡길 만한 아이를 찾기 위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가 선택된 것입니다.

두 분이 요즘도 만나십니까?
가끔 만나곤 합니다.
그는 지금 배우로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습니다. 그에게 어떤 충고를 하시겠습니까?
좋은 아이지요. 이렇게 말해주겠어요.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들에게 놀아나지 마라. 그들이 네게 앞으로 곧장 달려가라고 하면 너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그들이 네게 시키려고 하는 일은 하지마. 줏대있게 살아!"

팀 버튼이 당신에게 수퍼맨 역을 제안한다면요?
팀을 아주 좋아하지만 버거킹이나 맥도널드 콜라 잔에 내 얼굴이 찍혀있는 것을 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웃음을 터트린다) 그런 일은 피하고 싶어요, 아시겠어요? 세상에 그런 끔찍한 일은 피하고 싶어요.

소녀들은 아주 좋아할텐데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아요. 팀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지만 수퍼맨 역은 내가 할 자신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브래드 피트에 견주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나요?
예, 상관 안해요.

두 사람이 친한가요?
예, 몇 년 전부터 잘 알고 지냅니다. 착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 둘 다 똑같은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둘 다 벌어먹고 살려고 열심히 애를 쓰고 있을 뿐, 대단한 미스터리나 뭐 그런 것 따위는 없어요.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브래드는 좋은 사람이예요.

보들레르를 좋아한다구요?
(프랑스어로) Les Fleurs du mal(악의 꽃), 예! 정말로 그를 좋아합니다. 난 보들레르, 아르토, 랭보 등 많은 프랑스 작가를 좋아합니다.

시나리오 외에도 책도 많이 읽습니까?
(이 질문이 우스운 듯 웃음을 터뜨린다) 난 책을 더 좋아합니다. 확실히요! 예. 독서를 많이 합니다. 아마도 어렸을 적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었거든요. 내게 독서는 일종의 탈출입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항상 그러하듯이 조니는 고맙다고 하면서 모든 사람들과 악수를 했다. 촬영장에서도 그는 항상 그렇게 하는데 할리우드에서는 그런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다. 주차장의 경사진 길을 내려가다가 엔진이 부릉부릉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검은색 포르셰 한 대가 내게로 돌진 해 오고 있었다. 조니가 그의 카레라 4를 타고 약간 광대 짓을 하고 있었다. 마치 엔진 소리를 감상해 보라는 듯, 우리를 깜짝 놀래키려고 두세번쯤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아댔다. 그는 모자를 다시 쓰고 있었는데 포르셰와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아주 즐거워했으며 그 분위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금방 전달되었다. 그런데 그는 고상하게도 '조니 1' 식의 번호판을 달지 않고 있었다. 그가 창 유리를 내리고 손을 들어 우리에게 인사를 보냈다.






@ 본 인터뷰는 프리미어 98년 9월호의 커버 스토리로 실린 것을 발췌 한 것입니다.